허정찬 기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뒤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국내 증시에서도 정유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렌트유 8월물은 이날 오전 장중 배럴당 81.4달러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전장 대비 2.60% 오른 75.7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이 80달러 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중앙에너비스는 이날 오전 상한가(29.93% 상승)를 기록했고, 흥구석유(23.12%), 한국석유(21.11%), 한국ANKOR유전(24.42%) 등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 의회가 2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결의하며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의 봉쇄 시도는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란의 최종 봉쇄 여부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재가에 달려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 스스로의 숨통을 끊는 자살 행위”라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핵무기 없는 평화를 원한다”고 경고했다.
국제 투자은행들도 이란이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로 뛰고, 에너지 설비 공습 등으로 분쟁이 더 격화하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배럴당 85달러로 뛰고, 시티증권과 골드만삭스 등 다른 IB들 역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단기 급등할 수 있다며 유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유 업계에선 정제마진 개선과 원유 운반선(VLCC) 운임 급등으로 인한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동~아시아 노선 VLCC 운임은 최근 2주 새 85% 이상 상승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란이 장기간 봉쇄를 유지하기 어렵고, OPEC+ 산유국의 증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가 급등세가 제한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주요 IB들은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에 그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