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민주당 주지사들 "권력 남용" 반발…연방 vs 주정부 충돌 격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연방 명령으로 투입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충돌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는 ICE(이민세관단속국)의 무차별 단속 이후 격화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군을 앞세운 진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LA는 불법 체류자와 범죄자들의 침입으로 점령됐다”며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에 질서 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이 LA를 침공자들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 발동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피했지만, “해병대도 투입 가능하다”며 실력 행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 제10편 제12406조’를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연방 명령으로 LA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300명이 이미 도심 주요 지역에 배치되어 시위 진압에 나섰고, 구금센터·시청·고속도로 등지에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권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에 군을 투입한 이후 처음으로, 주지사 동의 없이 군이 연방정부 명령에 따라 주내에 투입된 사례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6일 시작된 시위는 ICE가 히스패닉 밀집 지역에서 서류 미비자들을 체포하면서 촉발됐다. 3일째인 이날도 LA 도심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주변에 수십 명이 모여 항의했고,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일부 ICE 특수대응팀은 비살상 탄환을 사용했으며, 시위대는 연기 속에서 대피했다.
CNN은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밀고 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 배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지방자치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LA 시장 캐런 배스도 “군이 LA 거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1992년 LA 폭동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22개 주지사는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 동원은 자의적인 권력 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상원 코리 부커 의원은 “평화적인 시위에 군대를 투입하는 행위는 오히려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2020년처럼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격화된 BLM(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언급했다. FBI는 “불법 이민 단속은 계속될 것이며, 폭력으로 방해하는 자는 전원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자신의 핵심 지지층 결집과 '법과 질서' 이미지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의 군사적 개입이 반복될 경우, 미국 내 여름 시위 시즌이 극한의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