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중국 축구대표팀이 또다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14억 인구의 염원이 산산조각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본선 복귀를 노렸지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6회 연속 좌절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안았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9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패했다. 유효 슈팅 단 한 개에 그치는 졸전 끝에 중국은 이날 패배로 2승 7패(승점 6점)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최종전 결과와 무관하게 본선 탈락이 확정됐다.

중국이 인도네시아에 패한 것은 무려 38년 만이다. 마지막 패배는 1957년으로, 10승 3무 1패라는 상대 전적 우위는 이날 경기로 무너졌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중국은 전반 종료와 동시에 완전히 무너졌고, 후반 내내 반격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중국 언론과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예견된 패배”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포털 소후닷컴은 “중국 축구의 월드컵 꿈이 완전히 깨졌다. 이반코비치 감독의 경질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SNS에는 “이 팀이 본선에 갔더라면 축구에 대한 모독”이라며 “차라리 한국 감독을 데려오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감독 이반코비치는 경기 후 “우리는 젊은 선수 4명을 기용해 팀의 미래를 본다”고 발언했지만, 현지 언론은 이를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성인 월드컵에 탈락하고서 청소년 육성 운운하는 건 궤변”이라는 지적이다. 해설가 스칭성은 “이반코비치는 좌우 포지션도 헷갈려 한다”며 청두 룽청을 이끄는 한국 출신 서정원 감독을 후임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귀화 정책을 추진하며 브라질·이탈리아 출신 선수들을 영입해 대표팀 전력 강화를 꾀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귀화 선수 중 일부는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거나 부상 등을 이유로 빠지는 등 전력 외로 전락했다. 이에 “메시가 귀화해도 중국 축구는 못 바꾼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난 상황에서도 조 6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했고, 향후 64개국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 축구 몰락의 배경에는 정치와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다. BBC는 최근 “중국 축구는 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번성하지 못한다”며 “의사결정 구조가 정치화돼 축구 본연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축구협회장 송카이 등 축구 정책 결정자 다수가 당 간부 출신이다.
과거 ‘축구 굴기’를 외쳤던 시진핑 주석도 최근에는 중국 대표팀 성적에 대해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냈다. 2012년 집권 당시 월드컵 본선 진출, 개최, 우승이라는 ‘3대 축구 소원’을 언급했지만, 지금은 공식 언급조차 줄어든 상태다.
중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세계 최대 후원금을 낸 국가 중 하나였다. 월드컵 참가가 아닌 스폰서로 존재감을 드러낸 중국의 현실에, 현지 누리꾼들은 “FIFA가 출전국을 64개로 늘려도 중국엔 소용없다”, “입시 정원을 늘려도 시험을 못 보면 무슨 소용이냐”고 냉소했다.
한편, 같은 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라크를 2-0으로 꺾으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꺾으며 최소 조 4위를 확보, 4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