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이 마침내 커리어 첫 클럽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토트넘도 17년 만에 공식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길고도 길었던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1-0으로 제압하며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1984년에 이어 세 번째 유럽 대항전 우승을 기록했으며,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공식 대회 정상에 올랐다.

(사진=UEFA 홈페이지 )
경기 결승골은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발끝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파페 사르가 올린 크로스가 존슨의 몸에 맞고 쇼를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의 유일한 골이었다.
손흥민은 부상에서 막 회복한 상황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 솔란케, 존슨을 전면에 내세운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샬리송과 교체 투입돼 주장 완장을 넘겨받고 왼쪽 측면에서 활약했다. 후반 막판 프리킥 기회를 포함해 몇 차례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었지만, 결정적인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팀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는 데 기여했다. 후반 추가시간 7분 동안 이어진 맨유의 파상공세도 굴리에모 비카리오 골키퍼와 수비진의 집중력 있는 수비 속에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손흥민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됐다”며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순간을 위해 10년 넘게 기다렸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이제야 완성한 것 같다”고 말하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손흥민의 우승은 개인 커리어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후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입단,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21-2022시즌 EPL 공동 득점왕에 오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왔지만, 소속팀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은 이날 우승으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도 확보했다. 2018-2019시즌 UCL 준우승, 2021년 리그컵 준우승 등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토트넘은 결국 세 번째 도전 만에 유럽 무대 정상에 올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9천여 명의 관중 중, 토트넘 팬들은 후반 종료 휘슬과 동시에 기쁨의 환호를 터뜨렸다.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은 팬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프로 커리어의 정점에 선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단지 훌륭한 선수일 뿐 아니라 훌륭한 리더다. 그는 이 팀을 앞으로도 더 높이 이끌 수 있는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트넘과 손흥민이 마침내 함께 완성한 우승의 퍼즐. 이날의 승리는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로, 토트넘과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감격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