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망설이 불거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예고 없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 이후 1년 1개월 만이자, 김 위원장 집권 후 통산 6번째 방중이다.

통일부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차량을 이용해 최근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현지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방중 일정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 당일 귀환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집권 이후 방중 때마다 매번 시 주석과 회담을 가져왔고, 지난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국빈 방문한 지 약 4개월 만이라는 점에서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공군 참전 76주년' 계기… 신압록강대교 직접 이용 상징성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문이 10월 25일 중공군 6·25전쟁 참전 76주년(중국인민지원군의 날)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동로로 택한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물류 협력의 핵심 거점이다.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 교량(총길이 3,026m)으로, 2014년 완공 이후 접속도로 미비 등으로 개통이 미뤄지다 불과 아흐레 전인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지난달 북·러 두만강 도로교 개통에 이어 북·중 육로 교역로까지 본격 가동되면서, 대북 제재 국면 속 북한의 중·러 연계 육상 물류망 확보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이날 오전 단둥 시내 일부 지역에서는 삼엄한 교통 통제가 실시되고 주요 호텔 예약이 전면 차단되는 등 이상 기류가 포착되면서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들이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 가능성을 긴급 타전하기도 했다. 로이터, AP,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도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아직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망설 불식하고 복잡한 미·북·남북 셈법 속 외교 행보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단숨에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서 온라인상에서 사망설이 확산했으나 김 위원장은 지난 22~23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를 직접 주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국가정보원 역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사망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보고했다.
외교·안보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방중의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북·러 밀착을 강화해왔으며, 남북 관계는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과 대북 확성기 재개 국면 등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반면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이 예고되어 있고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 무대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와 사전 조율을 거쳐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