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19일 춘추관 차담회는 취임 500일을 계기로 외교·안보와 국내 정치 지형을 아우르는 집권 중반기 국정 철학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로 평가된다. 특히 미군 측의 신중론에 흔들리지 않고 ‘전작권 조기 환수’를 쐐기 박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구조적 다수론’을 내세워 진보 진영의 한계를 넘는 외연 확장을 공식화했다.

美 신중론에 “스스로 감당 가능”…자주국방 의지 피력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여건 변화를 시사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군사주권을 ‘국가의 최소 요건’으로 규정하며 통상 쓰이던 ‘전환’ 대신 ‘환수·환원’을 거듭 강조한 것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8년 환수 로드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북핵 위협을 이유로 전작권 환수를 미루는 논리에 대해 ‘핵은 최후 방어 무기’라며 재래식 방위력의 자립성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정보공조 이상기류설에 대해서도 “국익 추구 과정의 작은 이견”으로 규정하며 동맹의 큰 틀 속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구조적 다수론’ 띄운 속내…“중도·합리적 보수 없인 재집권 없다”
정치권의 이목을 끈 또 다른 대목은 ‘구조적 다수론’이다. 이 대통령은 “개혁·진보·민주 진영은 힘의 관계에서 소수이며, 우리끼리 뭉쳐봐야 중도와 합리적 보수가 반대편으로 가면 재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진보 진영 내부 결집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낸 셈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정계 개편 시도설’을 두고 “국회의원 몇 명 빼 오는 것은 쌍팔년도 정계 개편이며 국민 반감만 늘린다”고 선을 그었다. 인위적 의원 영입이나 세력 규합 대신 정책과 중도 실용 노선을 통해 유권자 지형 자체를 ‘합리적 다수’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인사·경제 현안 정면 돌파 예고…소통 행보 가속
국정 운영의 병목 지점에 대한 정리 의지도 드러냈다. 22개월간 공석이 이어진 경찰청장 인선에 대해 “내란 문책으로 자원이 녹록지 않았으나 곧 해결될 것”이라며 조속한 공직 사회 안정을 시사했다. 증시 밸류업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와 CPTPP 가입 속도 조절 등 민생과 직결된 사안에서도 실용적 판단을 우선시했다.
자신의 SNS를 ‘목숨줄’에 비유하며 직접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여소야대 정국과 외교·경제적 복합 위기 속에서 여론을 직접 견인해 개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