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마찰을 빚은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해 “한국의 요청에 따라 넘겨준 것”이라고 밝혔다. 송환 사실 대외 공개로 촉발된 갈등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우크라이나 국영 수스필네 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북한 군인들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며 “한국 헌법에 따르면 그들은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국 간 갈등의 핵심인 ‘비공개 합의 위반’ 문제나 한국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전격 공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로 비공개 합의를 했는데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합의 사실이 없다며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진=이재명대통령SNS)
이와 관련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이번 사안을 “외교적 오해”로 규정하며 조속한 수습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공식적인 합의 인정이나 사과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기술 밀착과 북한군의 실전 역량 강화에 대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에 대해 “초기에 투입됐던 군인들과 달리 많은 경험을 공유받고 교육을 받은 상태였다”며 “드론 운용뿐 아니라 전자전(EW) 시스템 방어 및 대응법까지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군 5만 명을 훈련시킨다면 이는 수십만 명의 북한군 전체에 실전 지식이 공유된다는 의미로, 대단히 위험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가 최근 전선에 투입 중인 제트추진 드론 기술을 북한에 이전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다. 물론이다”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으로 도왔기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과 모든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관련 군사 정보를 최근 정상회담 등을 가진 일본 측과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뛰어난 기술을 가졌지만 현대전 수행 경험이 부족해 위험 요소가 있다”며 “양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 일각에서는 한국과의 포로 송환 진실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동아시아 안보 협력의 무게추를 일본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