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으로 급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잡히지 않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며, 표결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과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급증에 따른 자본 조달 경쟁이 물가를 자극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전망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4.00~4.25%(중간값 4.1%)로 상향됐다. 올해 남은 회의(10월, 12월)에서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후 첫 통화정책 결정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독립성을 분명히 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이번 조치는 연준이 물가 안정 책무에 엄중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서도 "연준의 독립성은 자신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상호 불개입 원칙을 내세웠다.
백악관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 직후 자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세계 최고의 신용도를 가진 나라"라며 "미국의 금리는 신속하게 1%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미 무역흑자국들을 겨냥해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들과의 교역을 중단하면 최소 연 1조 500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며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미국이 높은 금리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연 3.0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