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제24호 태풍 ‘크로반(KROVANH)’이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방향을 크게 틀어 남하하는 이례적인 경로를 밟을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중심이 제주를 직접 관통하진 않겠지만, 태풍 반경 영향으로 4일 새벽 제주 육상과 해상에 강한 비바람과 높은 파도가 몰아칠 전망이다.

(사진=기상청제공)
3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크로반은 이날 오전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을 지나며 시속 20~40㎞ 안팎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92~994hPa, 최대풍속은 초속 21~23m, 강풍반경은 250~260㎞ 수준을 유지하며 북상 중이다.
진로의 급격한 변화는 4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반은 4일 오후부터 진행 방향을 서쪽으로 급격히 꺾으며 이동속도가 시속 8㎞ 안팎까지 뚝 떨어질 전망이다. 이후 5일부터는 속도가 시속 5~8㎞ 수준으로 더 느려지면서 남하했다가, 7~8일께 다시 동쪽과 북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등 복잡한 '갈지자(之)'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예상 경로상 태풍 중심의 제주 직접 상륙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태풍의 강풍반경과 주변 기압계의 영향으로 제주 전역에 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
기상청은 4일 새벽(0~6시)을 기해 서귀포시 남부를 제외한 제주도 대부분 지역에 강풍특보를 예고했다.
해상은 육상보다 앞서 기상이 악화된다. 3일 오전 제주도남쪽바깥먼바다를 시작으로 밤에는 남쪽 안쪽먼바다, 4일 새벽에는 제주도 앞바다까지 풍랑특보가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4~5일 제주 동부 앞바다와 남쪽 먼바다를 중심으로는 최고 5m에 달하는 매우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보여 여객선 및 어선 운항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태풍 진로의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크로반의 70% 확률반경은 4일 오후 110㎞에서 8일에는 440㎞까지 넓어져, 예보 시점이 멀어질수록 이동 경로가 유동적이다. 실제로 기상청의 태풍 위치 예측치도 하루 사이 북서쪽으로 일부 조정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키나와 주변에서 태풍의 이동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방향 전환이 거듭될 예정”이라며 “태풍이 서쪽으로 꺾이는 정확한 지점과 남하 지속 여부에 따라 제주와의 거리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최신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