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부가 오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에 남은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본격 추진한다. 수도권 소재 350여 개 공공기관은 ‘잔류 최소화’ 원칙 아래 올 4분기 이전 계획을 확정하며,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돌입한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발전 5사와 4개 항만공사 통합 등 공공기관 109곳을 대폭 감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능 개혁도 병행한다.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합동 발표했다.
■ 중앙부처 2027년부터 순차 이전…대통령실 2030년·국회 분원 2033년
정부는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선도 기관으로 지정해 2027년 상반기부터 세종 이전을 시작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위해 두 부처를 세종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행복도시법’ 개정에 나선다.
별도 청사가 필요한 경찰청과 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은 청사 신축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2030년 대통령실 세종 이전 또는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에 맞춰 연계 이전을 검토할 예정이다. 발표에서 제외된 금융위원회는 4분기 최종 이전 계획 고시 때 포함 여부가 확정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8월 건립을 목표로 행정 중심 복합도시 기능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 수도권 350곳 ‘잔류 최소화’…임차 청사로 이전 속도전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 곳에 대한 2차 지방 이전 계획은 오는 4분기에 윤곽을 드러낸다. 정부는 1차 이전 당시의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필수 잔류 기관을 제외한 전원을 원칙적 이전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전 방식도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국토교통부는 청사 신축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민간 건물 임차 방식을 도입,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즉시 착수한다.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논란이 됐던 ‘주택 특별공급(특공)’ 재개 여부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한 총리는 “나눠먹기식 배분을 지양하고 모닥불처럼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 배치해 지역 거점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발전 5사·항만공사 통합…109개 기관 대수술
대대적인 조직 정비도 추진된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유사·중복 기능 조정을 위해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109개 기관을 감축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쳐 재생에너지 전환 동력을 확보한다. 유사 기능을 수행하던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단일 체제로 묶어 항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재무 부담 우려가 제기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통합 역시 공급 기능의 시너지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통폐합 대상 기관 종사자의 고용을 전원 승계하고 처우 저하를 방지할 계획이다. 법률 개정이 불필요한 기관부터 즉각 개혁 절차에 돌입하고, 입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 협의를 거쳐 로드맵을 완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