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며 발생한 토석류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일대에서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투입된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돼 한국 정부가 긴급 대응팀을 파견했다.

(사진=SNS갈무리)
30분 만에 삼킨 마을… "자연 댐 터지며 토석류 폭발"
현지시간 26일 아침, 네팔 카트만두 북서쪽 라수와·누와코트 지역을 흐르는 트리슐리강의 수위는 불과 30분 만에 9m(아파트 3층 높이)나 치솟았다. 좁고 가파른 계곡을 타고 쏟아진 급류는 순식간에 마을과 교량 최소 19곳, 발전시설을 휩쓸었다.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와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네팔·중국 국경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렌데강 상류에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며 시작됐다. 쏟아진 잔해가 강을 가로막아 거대한 ‘임시 댐(호수)’이 만들어졌고, 몇 시간 뒤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를 덮쳤다.
사고 직후 감지된 진동은 지진이 아닌, 거대한 빙하·암석 붕괴 충격(규모 5.2 지진급)이었던 것으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 분석 결과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우기(몬순)의 누적 강수량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 160명·실종자 급증… 한국인 9명도 실종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7일 기준 확인된 사망자는 네팔 157명, 중국 티베트 3명 등 최소 160명이다. 실종자는 네팔 내 외국인 관광객 수백 명을 포함해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만 550여 명에 달한다.
피해 현장 인근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있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도 실종 상태다. 다른 한국인 10명은 고립됐으나 안전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소방청·경찰청 등 11명으로 꾸려진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도로 끊기고 진흙탕… "2차 홍수 위험" 경고
현장은 도로가 유실되고 깊은 진흙과 거대한 바위가 쌓여 구조 헬기조차 착륙하지 못하는 등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생존자들은 "출근 준비를 하던 중 30분 만에 마을 전체가 쓸려나갔다", "눈앞에서 가족이 진흙에 휩쓸렸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 청년 반정부 시위 이후 취임한 래퍼 출신의 36세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전 국가적 자원을 지체 없이 투입하겠다"며 첫 중대 위기 대응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유엔과 인도 등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류에 여전히 물길을 막고 있는 잔해가 남아 있어 2차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