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제주에서 실종됐던 장미란 씨가 실종 104일 만에 숙소 인근 야자수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 타살 정황이 없다며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현장 지형과 동선, 과거 부실 수사 논란 등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치아 감정 결과, 실종된 장 씨와 일치한다는 법치의관의 구두 소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도 특이 골절이나 외상 등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으로 미뤄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과 현지 주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수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스스로 목숨 끊을 이유 없어"…사인 단정 일러
장 씨의 남자친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실종 당일까지도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힘든 일은 전혀 없었다"며 "지나다닐 때마다 무섭다고 꺼리던 곳에서 발견된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역시 "명확한 목격자나 영상이 없는 이상 부패가 심한 변사체의 상태만으로 섣불리 사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카나리아야자나무의 지형적 특성 논란
시신이 발견된 농장의 지형적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현지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농장에 밀집한 카나리아야자나무는 단단하고 뾰족한 가시가 무수히 많다"며 "일반적인 나뭇가지 구조가 아니어서 성인 남성조차 줄을 걸기 어렵고, 접근 자체가 극심한 부상을 부르는 구조"라며 타살이나 유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지국 위치와 엇갈린 미스터리 동선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밤 10시 15분께 숙소를 나선 뒤 종적을 감췄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숙소에서 불과 400m(도보 약 10분) 떨어진 곳이지만, 실종 나흘 뒤인 5월 16일 장 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기지국 신호는 숙소에서 2km 떨어진 '한림항' 인근에서 포착됐다. 인근 CCTV 영상이 상당수 삭제된 상황에서 장 씨의 실제 이동 경로 규명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경찰의 초기 허위 종결 및 부실 수색 논란
경찰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 당시 담당 수사관이었던 부 모(34) 경장은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실제 통화가 이뤄졌으며 일부 전산 오류는 단순 실수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유족의 재신고로 하루 140여 명을 투입해 한림항 일대를 대대적으로 수색했음도 정작 시신은 숙소 코앞에서 뒤늦게 발견되자 '뒷북·부실 수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농촌 지역 특성상 기지국 반경이 넓어 시신 발견 지점 역시 수색 범위에 포함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낮게 보고 있으나, DNA 긴급 감정과 더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