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유일무이한 ‘4할 타자’ 백인천 전 LG 트윈스 감독이 14일 오전 향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뇌경색 등 장기간 병마와 싸워온 고인은 충남 천안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후 월남해 경동고 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주목받았다. 1962년 일본 프로야구(NPB)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입단하며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NPB에서 19년간 활약하며 통산 1,831안타, 209홈런, 타율 0.278을 기록했으며, 1975년에는 타율 0.319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오르는 등 한국 야구 개척자로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1982년 KBO 리그 출범과 함께 귀국한 고인은 MBC 청룡의 초대 감독 겸 선수로 마운드와 타석을 지휘했다. 만 39세의 나이로 72경기 250타수 103안타, 타율 0.412(19홈런 64타점)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며 프로야구 출범 원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고인이 남긴 0.412는 KBO 리그 44년 역사상 누구도 깨지 못한 유일한 4할대 타율이자 역대 최고 타율로 남아있다.
지도자로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1990년 LG 트윈스의 창단 사령탑을 맡아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구단 역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으며 특유의 ‘투혼의 야구’와 강한 승부사 기질로 한국 야구에 정신력과 승부욕을 이식했다.
말년에는 4차례의 뇌경색과 뇌출혈, 사기 피해 등 고단한 투병 생활과 생활고를 겪었으나, 특유의 강인한 의지로 삶을 이겨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기려 장례를 ‘KBO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빈소는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발인 등 상세한 일정은 미국에 거주 중인 동생의 귀국에 맞춰 확정될 예정이다.
백 전 감독의 별세로 1982년 KBO 출범 당시 6개 구단 초대 감독 중 생존자는 박영길(85) 전 롯데 감독 단 한 명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