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최근 사흘간 이어진 폭락장으로 신음하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사상 최대 폭으로 뛰어오르며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국내 증시를 밀어 올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01.89포인트(17.91%) 폭등한 6595.45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대 상승률(기존 1위 2008년 10월 30일 11.95%)과 최대 상승폭(기존 1위 612.52포인트)을 모두 갈아치운 대기록이다. 장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치솟은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양쪽 모두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시켰다. 코스닥 지수 역시 11.63% 오른 719.76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 대장주들이었다.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29.95% 오른 171만 8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2위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26.81% 폭등한 26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온기가 퍼지며 SK스퀘어(+29.91%)와 삼성전기(+29.92%)도 상한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장내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 약 49억 원어치를 매수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수 폭등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5월과 6월 연이어 월간 최대 순매도 기록을 경신하며 '셀 코리아'를 외치던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만 무려 7조 2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전 한때 이미 3조 3281억 원을 사들이며 역대 장중 순매수 1위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반면, 급반등을 차익 실현 및 탈출 기회로 삼은 개인 투자자들은 8조 2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번 대반등의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호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부문인 애저가 전년 대비 43% 성장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 역시 36.7% 증가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성과로 증명되면서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불식됐다.
여기에 미국 대형 헤지펀드의 청산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오픈AI 출신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이끄는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캐피탈'이 마진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청산되면서,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를 짓누르던 레버리지 펀드의 강제 매도(디레버리징) 물량 출회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인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주도 업종의 강력한 모멘텀이 이어지려면 추가적인 실적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