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재임 기간 자택 인근과 휴일에 1400만 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JTBC News' 갈무리)
홍 전 감독은 코치진과의 업무상 식사 등 정당한 사용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대한축구협회(KFA)가 내부 지침에 명시된 소명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나며 협회의 부실한 회계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2024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3개월간 총 3742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 중 37.6%에 해당하는 1406만 원이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사용됐다. 결제처에는 5성급 호텔을 비롯해 정육식당, 해장국집, 중국집 등이 포함됐으며 어린이날, 현충일, 광복절 등 공휴일에 결제한 금액도 약 375만 원에 달했다.
축구협회 업무추진비 지침에 따르면 휴일이나 원거리 지역(자택 인근 등)에서 법인카드를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객관적인 증빙자료와 함께 별도의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협회는 홍 전 감독으로부터 영수증과 참석 인원 등만 제출받았을 뿐, 별도의 소명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측은 "매달 회계 부서 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원칙적으로 엄격히 제한된 휴일 및 자택 인근 사용에 대해 스스로 내부 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진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백화점(218건)이나 주유소(300건) 등에서도 축구협회의 잦은 법인카드 결제 내역이 확인돼 협회 전체의 법인카드 관리 실태도 함께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홍 전 감독 측은 정당한 업무 수행의 일환이었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홍 전 감독은 언론을 통해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라 정해진 용도 및 한도 내에서만 사용했으며, 단 한 차례도 부적절한 사용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택 인근 결제가 잦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팀 외국인 코치들이 모두 분당구에 거주해 인근 공유 오피스에서 회의와 식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일 결제 역시 "주말과 공휴일에 주로 열리는 K리그 경기 일정에 맞춰 선수들을 관찰하고 코치진과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대표팀 감독의 일반적인 업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다가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홍 전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물론, 2024년 당시 큰 논란을 빚었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협회의 예산 집행 전반 등을 강도 높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청문회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홍 전 감독은 "알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며 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법인카드 사용이 실제 지침상 '불가피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축구협회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