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강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4~6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한껏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SK하이닉스 유튜브 갈무리)
반기 매출 첫 100조 원 돌파…압도적 수익성 증명
29일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57% 급증한 수치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47조 2063억 원)을 단 한 분기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률은 1분기(71.5%)보다 4%포인트가량 상승한 76.3%를 기록했다. 지난 6월 키옥시아 지분 일부 처분에 따른 영업외이익 62조 1660억 원이 반영되면서, 세전순이익은 122조 7083억 원, 당기순이익은 93조 92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률은 무려 118%에 달한다.
올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131조 8950억 원, 영업이익 98조 1529억 원이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전 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AI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최고의 수익성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재무 구조 역시 2분기 말 기준 순현금 규모가 69조 4000억 원으로 확대되며 크게 개선됐다.

29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 542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57.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역대급 호실적에도 엇갈린 명암…'어닝 미스' 배경은
이러한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2분기 성적표는 증권가 컨센서스(매출 약 83조 9194억 원, 영업이익 64조 6941억 원)를 밑도는 ‘어닝 미스’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HBM 매출 비중이 타사 대비 높아, 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올 2분기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가 상승률이 1분기 대비 다소 둔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SK하이닉스가 10여 개 대형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며 매출의 약 50%를 고정 단가로 묶어 사업 안정성은 확보했으나, 폭발적인 가격 상승효과를 오롯이 누리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투자 지속될 것"…차세대 양산 및 투자 가속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AI 과열론' 및 '빅테크 투자 둔화 우려'에 SK하이닉스는 선을 그었다.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투자의 축소 과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대규모로 구축해 온 AI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화를 본격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응해 기술 초격차와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는 2분기 양산 출하를 시작해 하반기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나서며, 다음 세대인 HBM4E는 상반기 내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낸드 부문에서는 연말까지 321단 제품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약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충북 청주 M15X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2027년 초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오픈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등 레거시 장비 시장의 경쟁 심화와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 증권사에서는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 지속 여부와 하반기 HBM4 매출 본격화가 중장기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