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대통령실 관저 이전 관련 '봐주기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구속)의 수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대 세력을 향한 극단적인 발언이 담긴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해당 메모를 유 감사위원이 대통령실에 스스로 승진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관저 이전 비리 의혹 감사를 무마했다는 핵심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유 감사위원이 2022년 5월경 자신의 수첩에 작성한 다수의 메모를 확보해 지난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실과의 유착 증거로 제시했다.
수첩에는 윤 전 대통령을 "두목"으로 칭하며 "조사해서 뼈까지 갈아 시멘트에 넣고 바다에 던지겠다(또는 드럼통에 넣어야 한다)", "반대 세력은 쓰레기, 쓸어버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곧 공정"이라는 맹목적인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관저 이전을 두고 "경부고속도로 이후 최고의 결단"이라고 평가한 대목도 포함됐다.
특검은 수첩에 적힌 "청소하려면 권한이 필요하다"는 메모를 근거로, 유 감사위원이 이른바 '셀프 인사 청탁'을 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유 감사위원은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된 뒤 불과 3개월 만인 같은 해 6월, 고위감사공무원 나급(2급)인 감사연구원장에서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이례적인 파격 승진을 했다.
사무총장 취임 후 유 감사위원은 야권 인사를 겨냥한 전방위 감사를 주도한 반면,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봐주기 감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은 2023년 3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유 감사위원에게 '대통령실 관계자 대면 조사 금지', '자료 제출 요구 공문화 금지' 등의 청탁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단이 무자격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측에 대면 조사를 통보했음에도, 유 감사위원의 외압으로 서면 조사로 축소된 정황이 파악됐다.
유 감사위원이 사조직인 이른바 '타이거파'를 동원해 감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은 유 감사위원이 전직 감사단장 손모 씨(구속영장 기각) 등 측근 인사들을 통해 21그램 대표의 진술을 조작하거나 공사 총괄 정황을 축소하는 '진술 마사지'를 지시했다는 실무진의 자백을 확보했다.
나아가 유 감사위원이 2022년 12월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우리 센스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사건은 여기서 털고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는 진술 역시 확보된 상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유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22일 오전 구속된 유 감사위원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며, 향후 관저 의혹 감사를 무마하도록 지시한 이른바 '윗선'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