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20대 지적발달장애인 여성이 과거 근무했던 장애인 고용 사업장의 70대 간부로부터 장기간 성폭행을 당해 아이까지 출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인천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제공)
인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인천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등은 21일 오전 인천시청 중앙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여성 A씨의 아버지는 과거 딸이 근무했던 남동구 소재 장애인 고용 사업장의 70대 전 임원 B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A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7월경 A씨 자택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처음 범행을 저지른 뒤 문학동의 한 지인 집 등으로 장소를 옮겨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
아버지는 “가해자는 가족에게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딸을 협박하고 회유했다”며 “지난해 12월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피해자의 삼촌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산부인과에서 낙태를 시도했지만,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부모도 모르게 딸의 휴대전화를 바꿔치기해 초기화하고, 심지어 출산 이후에도 집으로 찾아와 괴롭히며 범행을 이어갔다”고 호소했다.
출산을 앞두고서야 딸의 피해 사실을 인지한 가족들은 지난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성폭력 혐의로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의 조사를 받고 있는 B씨는 “A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은 지적장애 2급으로 지능은 7세, 자기방어 능력은 4세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피해자를 상대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가해자의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태어난 아이 역시 친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장애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으며, 이달 28일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인천경찰청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 내 유사 피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고용 사업장의 임원이 장애인 근로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보호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인권 실태조사 및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