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부가 사흘간 진행한 부처별 부동산 공개 토론회가 마무리되면서, 부동산 정책 개편의 공은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토론회와 온라인 창구를 통해 쏟아진 국민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공급), 금융위원회(금융), 재정경제부(세제) 주관으로 릴레이 경청 토론회가 열렸다. 이와 별도로 개설된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에는 20일 오전 기준 2000건이 넘는 국민 제안이 접수되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주택금융 관련 제안이 93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와 심사 강화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실수요자들의 호소가 줄을 이었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무주택 청년층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집단대출이나 잔금대출이 막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입주를 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불만과 함께, 집값 상승세가 꺾인 지방 시장에는 수도권과 다른 대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어 582건이 접수된 주택공급 분야에서는 '공급 병목 현상' 해소와 '비(非)아파트 시장 활성화'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토론회에 참석한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착공 단계에서 상당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공급 전 과정의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된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비아파트는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사비 급등으로 멈춰 선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이주비 대출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부동산세제(481건) 분야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다주택자를 옥죄는 현행 '주택 수' 기준 과세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겨 서울 강남권 등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종부세 기준을 '합산 자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안을 두고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실거주자의 세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가운 편이다. 한국갤럽의 7월 1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46%로 긍정 평가(26%)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의 불만과 요구가 온라인 제안 창구를 통해 가감 없이 표출된 만큼, 정부가 내놓을 해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