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전방위적인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증인으로 세우는 국회 차원의 고강도 청문회를 추진한다.

초라한 성적표 받아든 2026 월드컵…최종 34위로 조기 탈락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32강 진출이 최종 좌절됐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A조 3위(1승 2패)를 기록했으나, 3위 팀 간 성적 비교에서 상위 8개 팀에 들지 못하며 최종 3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을 2회(2014년, 2026년) 지휘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홍 전 감독은 두 대회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남기게 됐다. 경기력 부진과 더불어 조기 탈락이라는 결과가 확정되자, 억눌려 있던 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의 비판은 정치권 이슈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6일 문체위서 청문회 계획서 상정… "물타기 차단"
2일 여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구성을 마친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일 첫 회의를 열고 '축구협회 청문회 계획서 채택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다.
당초 현안질의 방식도 검토되었으나, 민주당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청문회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안 질의로 진행할 경우 축구협회 측에서 물타기를 시도하며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며 “보다 무겁고 철저한 검증을 위해 청문회를 택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계획서가 채택되면 본격적인 자료 제출 요구와 증인 채택이 이루어진다. 현재 정몽규 협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이 유력한 증인으로 거론되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출석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 구성 반발로 상임위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여서 여당의 청문회 동참 여부는 미지수다.
도마 위 오를 '홍명보 선임 미스터리'와 '불투명한 협회 운영'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홍명보 전 감독의 선임 절차와 정몽규 회장 임기 내 불투명한 협회 운영 전반이 될 전망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024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약 5개월간 사령탑을 공석으로 방치하다 홍 전 감독을 선임해 절차적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특히 같은 해 11월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정 회장의 지시를 받고 불투명한 면접을 진행하는 등 내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정치권 전방위 압박… "예견된 참사, 무능과 무원칙의 역사"
정치권 인사들의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은 대한축구협회"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송 의원은 "이번 결과는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부터 예견된 참사였다. 절차도, 책임도, 반성도 없는 축구협회에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협회 운영 구조의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홍 전 감독 선임 당시의 11차 회의 문건 논란, 클린스만 감독 사태,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승부조작 사면 추진 등을 열거하며 축구협회의 '무능과 무원칙'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정부 측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축구협회 논란에 대해 "온 국민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사태 해결의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단순한 스포츠 이슈를 넘어 국회 청문회라는 정치적 심판대에 오르게 된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국민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