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러나 대표팀을 맞이한 것은 환영의 박수가 아닌 팬들의 거센 야유와 분노였다.

(사진=공동취재반)
홍명보 전 감독은 이날 오전 3시 50분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페예노르트), 조현우(울산 HD),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백승호(버밍엄 시티),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 등 선수 8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당초 선수들이 먼저 나오고 홍 감독이 마지막으로 입국장을 통과할 예정이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지자 계획을 변경해 경찰과 경호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등 20여 명이 홍 감독을 둘러싼 채 가장 먼저 이동했다. 골키퍼 조현우도 호위 대열 선두에 섰다.
새벽 2시부터 공항 입국장에는 축구 팬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일부 팬들은 축구협회 엠블럼이 붙은 영정 사진과 "한국 축구는 죽었다", "홍명보 돈 뱉고 나가", "축협 완전 해체", "20억 반납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홍 감독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북을 치며 "홍명보 나가!", "한국에서 꺼져!", "책임져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연봉 반납하고 가라!" 등을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일부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고개 숙이지 마세요", "이강인 고생했다", "선수들은 잘못 없다"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팬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 없이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 공항을 빠져나갔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분도 채 되지 않았다.
홍 감독보다 약 40분 뒤 귀국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팬들은 "도둑 입국이냐", "책임져라" 등을 외치며 비판했고, 일부는 개껌을 던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이나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온라인상에는 홍 감독을 향한 살해 협박성 글까지 올라오면서 경찰은 기동대를 포함한 160여 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예정됐던 공식 환영 행사와 기자회견을 모두 취소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원정 월드컵을 마친 대표팀이 별도의 공항 환영 행사 없이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하며 조 3위에 그쳤다.
특히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가능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이른바 '몬테레이 참사'를 기록했고, 조 3위 팀 간 순위에서도 10위에 머물러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순위 기준으로는 월드컵 참가 역사상 가장 낮은 성적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주장 손흥민(LAFC)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항공편 일정에 따라 다음 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다시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고 사과와 함께 재도전을 약속했다.
이번 월드컵은 대표팀의 부진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과 감독 선임 과정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대표팀은 새로운 감독 선임과 함께 체질 개선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