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력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6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세밀한 전술 부재와 안일한 경기 운영을 노출하며 뼈아픈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대회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이로써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남아공(1승 1무 1패·승점 4)에 밀려 조 3위로 추락했다.
이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사령탑의 전술적 패착이 꼽힌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 진출이 유력했던 한국은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LAFC)을 벤치에 대기시키고, 오현규(베식타시)와 황희찬(울버햄튼)을 최전방에 내세우는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무조건 승리가 필요해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남아공의 거센 압박에 고전하며 전반 내내 주도권을 내줬다. 공격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중원과 최전방의 연결고리가 둔탁해졌고, 한국은 답답한 흐름 속에 갇혔다.
수치상으로는 68% 대 32%로 볼 점유율에서 상대를 크게 압도했지만 실속은 전혀 없었다. 남아공의 촘촘한 수비벽을 흔들 만한 하프스페이스 공략이나 창의적인 침투 패스는 실종됐다. 대신 최후방 수비진과 3선 미드필더 사이에서만 공이 맴도는 무의미한 'U자형 빌드업'만 반복됐다. 그 결과 슈팅 수(6대 13), 유효슈팅 수(2대 4), 키패스(5대 10) 등 공격 관련 주요 지표에서 모두 남아공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수비 전술 역시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공격 전개 시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이 넓어진 틈을 타, 남아공은 볼을 탈취한 직후 직선적인 패스로 한국의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전반 중반 이기혁(강원FC)의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연속 슈팅을 허용하는 등 수비 라인과 중원의 호흡은 시종일관 엇박자를 냈다.
자신이 준비한 전술이 완전히 간파당하자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희찬,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백승호를 빼고 손흥민,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김진규(전북 현대)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을 측면에 배치하고 전술 변화를 꾀했지만, 체계적인 구조 변화 없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급조된 전개는 한계를 보였다.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터지고 말았다. 후반 18분, 순간적으로 수비 밸런스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치명적인 공간을 헌납했다. 체팡 모레미(올랜도 파이리츠)의 패스를 받은 마세코(AEL)가 아크 정면에서 때린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김승규(FC도쿄)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위기 상황을 타개할 '플랜 B'도 찾아볼 수 없었던 졸전이었다. 조별리그 자력 통과라는 일차적 목표를 눈앞에서 놓친 홍명보호는 사령탑의 전술적 한계라는 뼈아픈 숙제를 안은 채,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