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무리한 수중 수색 지시로 채수근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약 2년 10개월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상급 지휘관의 무리한 지시에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사진=공동취재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실질적인 작전 지휘권을 행사하며 구체적인 수색 지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이 강조한 ‘바둑판식 수색’과 ‘공세적 수색’ 지시가 현장 지휘관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해 지형 정찰도 없이 대원들을 수중에 투입하게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원들의 안전보다 해병대의 성과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만 치중했다”며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한 언급만 했어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피고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시했다. 또한 작전통제권을 육군으로 넘기라는 합참의 명령을 어기고 지휘권을 행사한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 낭독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의 태도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증거 은폐에 급급했고, 사고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며 대원들의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식을 잃고 고통받는 부모에게 사고 원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내용의 장문 이메일을 보낸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오랜 재판 경력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장 지휘관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박상현 전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은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금고 10개월을 선고받고 도주 우려가 인정되어 법정 구속됐다. 장 모 전 중대장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사단장의 무리한 지침을 그대로 강조하거나 안전 조치를 방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본 채 상병의 어머니는 재판이 끝나자 “형량이 너무 적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열했다. 유족 측은 기자들과 만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볍다면 누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느냐”며 엄벌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순직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의 ‘1호 기소’ 사건에 대한 첫 법적 판단으로,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 재판 등 향후 관련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