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대구 지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보수의 심장부라 불리는 대구에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책임당원 수백 명이 집단 탈당을 감행하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박원일 대구 남구파크골프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책임당원 347명은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김부겸의 희망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의 미래와 우리 자식들을 위해 김부겸 후보가 대구시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헌신해 왔지만, 그 결과는 대구를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전국 꼴찌 도시’로 만든 것뿐이었다”고 성토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구 시민을 망태기 안에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하며 시장과 국회의원 자리를 지역 봉사가 아닌 ‘해 먹는 자리’로 여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탈당과 지지 선언이 ‘건강한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강조했다. “그동안의 과오를 갚고 대구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소명”이라며 대구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지식인 사회의 지지 선언도 뒤를 이었다. 7일 오전 대구 지역 교수 및 연구자 139명은 “지역내총생산(GRDP) 30년째 최하위라는 불명예는 지역 행정을 독점했던 정당의 명백한 실패”라며 김 후보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산업구조 재편, 신공항 건설의 실행력 확보,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등을 김 후보에게 제안하며 정책적 힘을 실었다.
김 후보 캠프에는 이미 보수 진영의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3선 시의원을 지낸 김규학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시의원 재출마와 함께 김 후보를 돕고 있으며, 채홍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총괄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형렬 전 수성구청장 또한 선대위에 전격 합류하며 외연 확장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념의 벽을 넘어 대구의 생존을 걱정하는 보수 인사들의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대구 시민들은 ‘어느 당이냐’가 아닌 ‘누가 대구를 살릴 실질적 적임자냐’를 묻는 실용적인 선택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집단 탈당 사태가 보수 일변도였던 대구 선거 판세에 상당한 균열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김 후보에 대해 “능력 있는 인물”이라며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과 맞물려, 여권 지지층의 ‘교차 투표’ 가능성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