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아들의 전 에이전트인 장 모 씨를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했다. 장 씨는 손흥민의 초상권 등을 독점한 것처럼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4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손웅정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 다섯 쪽 분량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장 씨에 대해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병을 확보하고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손 씨는 진정서를 통해 장 씨가 주장하는 ‘독점 에이전트 권한’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손 씨는 “손흥민과 전속적·독점적인 에이전트 권한을 가진 회사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손앤풋볼리미티드’뿐”이라며, 장 씨 측과 별도의 독점 계약을 맺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명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장 씨는 평소 손흥민 선수에게 “우리는 패밀리다,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가 필요하냐”며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뒤로는 투자자들에게 “내가 손흥민의 독점적 에이전트이며 초상을 이용해 모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이 손 씨의 주장이다.
손 씨는 아들의 광고나 초상권을 넘기는 어떤 문서에도 서명한 적이 없음을 강조하며, “손흥민에 대한 권리를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장 씨가 2019년 자신의 회사(스포츠유나이티드) 지분을 투자기업 대표 A 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장 씨는 당시 손 씨와 손흥민의 서명이 담긴 독점 계약서를 제시하며 지분 매각 대금을 챙겼으나, 이후 손흥민 측이 “해당 업체와 어떠한 계약 관계도 없다”고 반박하며 장 씨와 협업을 종료했다.
최근 A 씨가 장 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법원은 장 씨의 기망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 씨가 손흥민에 대한 독점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보유한 것처럼 설명한 것은 “허위사실의 고지로서 적극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미반환 주식 대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이 민사 판결을 토대로 장 씨를 형사 고소했으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장 씨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현재 경찰 수사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장 씨가 투자자에게 제시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의 실체 및 작성 경위이며, 둘째는 장 씨가 이를 근거로 존재하지 않는 권한을 부풀려 투자자를 속였는지 여부다.
손 씨는 진정서 마무리에서 “축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제가 글을 올리게 돼 민망하지만, 순진한 운동선수들을 현혹하는 행태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법의 준엄함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씨 측은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는 실제로 존재했으며, 투자자가 먼저 사업 협력을 제안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