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두고 ‘무기한 휴전 연장’을 전격 발표했다. 당장이라도 대규모 폭격에 나설 것처럼 위협 수위를 높이다가 막판에 제3국의 중재를 명분으로 시한을 미루는 양상이 한 달째 반복되면서, 미국 대통령이 발신하는 군사적 메시지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키스탄 지도부의 요청과 이란 내부의 분열상을 고려해, 이란 측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수용했다”며 “논의가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무기한 재연장한다”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날 오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휴전을 연장할 생각이 없으며 미군은 출격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전날 PBS 인터뷰에서도 휴전 만료 후 “수많은 폭탄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러한 ‘전격 유예’는 지난 3월 하순부터 벌써 여섯 차례나 반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48시간 이내 초토화’를 경고했으나 이틀 뒤 대화 중임을 이유로 연기했다. 이후 뉴욕 증시 급락과 제3국의 중재 요청 등을 이유로 4월 내내 타격 시한을 수시로 변경해 왔다.
미국 측 협상단인 JD 밴스 부통령 일행은 당초 이날 파키스탄으로 출국할 예정였으나, 이란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해 워싱턴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이 미국의 협상 입장에 응답하지 않아 부통령의 방문이 연기됐다”고 보도하며 교착 상태에 빠진 외교 현장을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맞불을 놨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엑스(X)를 통해 “패전국이 조건을 정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벌기용 계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란 군부 역시 “해상 봉쇄가 계속된다면 무력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공격 시 중동의 석유 생산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타격 시 발생할 유가 급등과 경제적 후폭풍을 우려해 ‘벼랑 끝 압박’만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란 지도부가 이미 미국의 이러한 패턴을 간파하고 오히려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무인기 및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단체에 대해 ‘경제적 분노 작전’의 일환으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는 군사적 행동은 유예하되 경제적 압박은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나, 해상 봉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란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