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한국화의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현대적 조형 언어를 탐구해 온 최광석 작가가 오는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의 스며드는 시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정서와 한국적 미감,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전통의 형상과 현대적 조형 언어를 결합해온 작가 최광석의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작가는 단순히 과거의 형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화의 도상, 오방색의 상징성, 그리고 수성 재료의 물성을 결합해 동시대적인 회화적 실험을 이어왔다.
저고리, 삶의 무늬를 품은 은유적 형상
전시의 핵심적 화두는 '저고리'라는 전통적 기표다. 화면 속 저고리는 단순한 복식의 재현을 넘어,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가 응축된 상징적 매개체로 등장한다.
작가는 서예적 필획과 반복적인 색의 층위를 통해 평면과 입체, 화면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전통이 어떻게 현대적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이는 평면과 입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신적 매개체로 작동하며, 관람객을 무의식적 기억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수묵과 오방색, ‘스며듬’과 ‘쌓임’의 미학
특히 이번 신작들은 '스며듬'과 '쌓임'의 미학에 집중한다. 여러 번 덧입혀진 색의 지층과 먹의 흔적은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쌓이고 지워지는 시간의 흐름 그 자체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작품 속에 축적된 기억의 층위를 따라가며 사라지지 않고 내면에 잔존하는 감각의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

오방색의 상징성은 원색의 강렬함을 넘어, 서로 섞이고 지워지는 과정을 통해 '세월의 흔적'을 구현한다. 반복되는 서예적 필획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완성하기보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동양적 우주관을 투영하고 있다. 이는 곧 사라지지 않고 우리 내면에 스며들어 있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시각적 고백이다.
그의 화면에서 색채는 단번에 칠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스며들고 덧입혀진 결과물이다.
경계를 허무는 실험, 동시대적 한국화의 지평
미술계 관계자는 "최광석작가의 작업은 전통적 정신성을 바탕으로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라며 "전통의 생명력이 오늘의 조형 언어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최광석 작가는 1989년 서울 도올갤러리와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이후 25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하며 지치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주었으며,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와 설치, 정신성과 실험성의 경계를 유연하게 가로지르는 균형의 미학을 통해 기억과 시간의 문제를 다시 사유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현재 군장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