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 선수를 상대로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수억 원을 갈취한 20대 여성과 그 공범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곽정한·김용희·조은아)는 8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모(28) 씨와 용모(40)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을 열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양 씨는 징역 4년, 용 씨는 징역 2년의 원심 형량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 이후 특별한 사정 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유명인인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한 점, 범행의 결과와 증거 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임신 폭로' 빌미로 3억 갈취… 명품 구입에 탕진
판결문에 따르면 양 씨는 지난 2024년 6월, 태아 초음파 사진을 이용해 임신 사실을 알리겠다며 손 선수를 협박, 위자료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조사 결과 양 씨는 당초 다른 남성을 대상으로 금품을 요구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타깃을 유명인인 손 선수로 변경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양 씨는 갈취한 3억 원을 사치품 구매 등 생활비로 모두 탕진하자, 지난해 초 연인 관계인 용 씨와 공모해 2차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7,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하며 손 선수의 부친이 운영하는 축구 아카데미와 광고 회사 등에 압박을 가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 "아이 아빠 확인도 안 해… 피해자 고통 상당"
앞서 1심 재판부는 "양 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누구의 아이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태아가 손 선수의 아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 또한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3억 원은 일반적인 위자료로 보기엔 과도하며, 피해자가 유명인으로서 범행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공범 용 씨에 대해서도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고 광고주와 언론 등에 알리겠다며 구체적인 실행 행위에 나선 점을 볼 때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양 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성숙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바꾸지는 못했다. 피해자인 손 선수는 지난달 19일 공판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해 엄벌을 탄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