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급등하는 유가와 나프타 수입 단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정유업계의 불공정 관행으로 지목된 가격 결정 구조도 전면 개편한다.
더불어민주당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특위)는 6일 국회에서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2차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논의했다.

특위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대체 루트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알제리 등 3개국에 특사를 파견해 외교적 협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홍해 항로와 사우디 얀부항을 잇는 대체 노선에 국적 선사 5척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공급망 교란에 대응해 정부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에 우선 공급하고, 추후 해외에서 확보한 물량이 도착하면 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국내 수급을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 당정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비판받아온 ‘사후정산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가격을 확정하지 않은 채 원유를 공급한 뒤, 사후에 국제 기준가에 맞춰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주유소는 매입 가격을 모른 채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위험을 떠안아 왔다.
안 의원은 “현재 1개월가량 소요되는 정산 기간을 1주 이내로 단축하고, 정유사와의 전속 거래 물량 비중을 100%에서 60%로 낮춰 주유소의 구매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며 “이달 둘째 주 중으로 자율협약 형태의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생 경제 지원을 위한 예산 대책도 강화된다.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를 앞둔 ‘전쟁 추경안’에는 나프타와 원유 수입 단가 상승분 차액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4,700억 원이 반영되어 있다. 당정은 현재 상승 차액의 50%인 지원 수준을 업계 요구를 수용해 최대 8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수출 피해 기업의 물류비를 돕기 위한 255억 원 규모의 긴급 바우처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며,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 관리를 위해 50개 주요 업종의 공급망을 일일 점검하는 체제도 가동된다.
안 의원은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한 등 직접적인 수급 조정 조치는 대외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국민 생활에 밀접한 보건의료 물량 등이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행정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