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대규모 전국 집회인 ‘노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쓸었다.
이번 3차 시위는 강경 이민 정책에 대한 분노에 더해 이란 전쟁 반대라는 반전(反戰) 여론까지 흡수하며 미국 역사상 단일 시위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50개 주 3,300여 곳에서 열린 집회에 주최 측 추산 약 800만 명(최대 900만 명 예상)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해 6월(500만 명)과 10월(700만 명)에 열린 앞선 두 차례 시위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시위의 특징은 의제의 확장이다. 초기 시위가 트럼프 행정부의 제왕적 통치 스타일과 이민 정책 비판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전쟁 반대(No War)’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만까지 더해지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3차 시위의 상징적 중심지는 미네소타주였다. 지난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사망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세인트폴 주 의사당 광장에는 약 20만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이 자리에는 전설적인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 추모곡인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열창하며 “이런 반동적인 악몽과 도시에 대한 침략은 용납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해 “권위주의로의 전락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유와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했으며, 워싱턴DC에서는 수백 명이 링컨기념관에서 내셔널몰까지 행진하며 “파시즘에 맞서자”고 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대도시를 넘어 공화당 강세 지역(레드 스테이트)과 교외 경합 지역으로 확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최 측은 “전체 행사의 3분의 2가 대도시 외곽에서 열렸으며, 소규모 지역 사회 참여가 지난 첫 집회보다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6년 중간선거의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애리조나주의 교외 지역 참여가 두드러졌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아이다호, 몬태나, 알래스카 등 보수 농촌 지역에서도 집회가 열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시위의 불길은 국경을 넘었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과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이란 전쟁 반대와 트럼프 행정부 비판에 동참했다.
반면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번 시위의 의미를 일축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실제 대중 지지가 없는 좌파 자금 네트워크의 산물”이라며 “트럼프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집단 치료 자리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란 전쟁 및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 36%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번 ‘노킹스’ 시위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정치권에 거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