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는 25일 0시부터 전국적으로 ‘차량 5부제(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주의’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공공부문의 솔선수범과 민간의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공공기관 전체 ‘의무’ 확대… 민간은 우선 ‘자율’ 참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 관련 에너지 절약 등 대응 계획’을 보고하고 차량 5부제 시행을 공식화했다.
차량 5부제는 자동차 번호판 마지막 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월요일에는 끝자리가 1·6번인 차량, 화요일 2·7번, 수요일 3·8번, 목요일 4·9번, 금요일 5·0번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이번 조치로 기존 인구 50만 명 이상 시·군 소재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던 5부제가 전국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 의무화된다. 다만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장애인·임산부·미취학 아동 탑승 차량은 제외된다. 민간 부문은 우선 자율 참여를 원칙으로 하되,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될 경우 의무화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15년 만의 5부제 부활… “에너지 안보 위중”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시행되는 것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국민들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 쓰기 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원전 재가동 및 석탄발전 확대… ‘전원 믹스’ 조정
정부는 차량 5부제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추진한다.
에너지 공급 조정: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5월까지 조기 재가동하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출력 제한(80%)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LNG 사용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기업 및 생활 절약: 석유 사용량이 많은 상위 50개 업체에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는 한편, 한시적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출퇴근 시간 조정을 독려해 교통 수요를 분산할 방침이다.
실효성 확보가 관건… 향후 전망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5부제만으로는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제적인 과태료 부과 대신 부설 주차장 이용 제한 수준의 제재에 그치기 때문이다.
김성환 장관은 “중동 상황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엄중한 만큼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다소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에너지 안보 강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원유 수급 상황에 따라 자원안보위기 경보 단계를 조정하며 추가적인 강제 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