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서란 시인이 《미네르바》에서 시집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를 출간했다. 시집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64편의 작품이 실렸다.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내면과 존재를 탐구하는 시편을 비롯해 감정과 내적 체험의 순간들이 시어 속에 결합되어 독자로 하여금 심상과 사유를 확장하게 하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 해설을 맡은 김정수(서울) 시인은 “이서란의 시집은 단절돼 있으면서도 단절되지 않은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부분과 부분이 전체를 형성하고, 때로는 전체와 전체가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부분과 전체는 가시적이면서도 비가시적인 줄과 끈으로 연결되어 관계와 세계를 흔들어 댄다. 한 부분이 흔들리면 다른 부분이 흔들리다가 마침내 전체가 흔들려 삶과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서란의 시는 바깥이 아닌 안으로 파고든다. 삶의 행보는 바깥으로 향하는 듯하지만, 거기서 마주하는 것은 결국 고통과 슬픔이다. 슬픔의 심연에는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담겨 있고, 내면 겹겹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려 한다. 그럼에도 익숙한 ”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려는 처절한 몸짓과 속울음이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고 평했다.
문효치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서란의 시는 생명의 심오한 관찰에서 발아되는 언어로 직조되어 있다. 겉에 드러난 것보다는 그늘에 가려져 있는 생명에 더욱 많은 친근감을 갖고 있다. 수시 탑 아래에서 태어나는 비둘기는 이서란 시인의 분신이기도 하다. 그 생명과 같이 울부짖고 함께 날아오른다.
매우 속도감 있게 돌아가는 세속의 삶,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소리 없는 절규는 하늘과 같은 종이 위에서 신비한 빛깔로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광대가 되어야 하는 세사의 일은 이서란에게는 고통과 고뇌의 함정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시를 향한 간절한 주물과 같은 언어의 발걸음이 그의 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란 시인은 《미네르바》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미네르바문학, 청사초롱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별숲에 들다』가 있다.
내 몸에서 번개가 자랐다
나는 가끔 눈을 뜬 채 잠이 드는가
깜깜한 하늘에
별빛은 혓바늘로 돋고
내 잠으로는 번개의 씨앗이 뿌려진다
수시로 싹이 트며
잎이 나는 번개가 찾아올 때마다
몸서리쳐지는 어둠
천둥은 난폭한 그의 언어였다
무참히 불살라진 밤의 검은 가루들만이
형벌처럼 곳곳에 내려앉으면
그 등 뒤에서 나는
죽음처럼 위태로웠던 비바람을 견디며
꺾인 허리를 단단히 곧추세웠다
그새
내 몸속으로는 번개가 한 차례씩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