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한국 영화의 상징이자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배우’ 안성기가 팬들의 곁을 떠났다.
5일 안성기 배우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눈을 감았다. 향년 74세.

고인은 지난 2019년 혈액암 판정을 받은 후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왔다. 투병 중에도 2023년까지 신작을 발표하고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등 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나, 2024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사고사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식사 중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사고로 자택 인근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1952년생인 고인은 다섯 살 때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하며 ‘천재 아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성인이 된 후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1980~9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1980년대에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등을 통해 한국 영화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
이어 1990년대에는 ‘남부군’과 같은 사회파 영화부터 코미디 영화 ‘투캅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그는 아역 시절을 포함해 평생 15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현대 영화사의 산증인으로 살았다. 또한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단장, ‘굿다운로더’ 홍보대사 등을 역임하며 영화계 현안 해결에도 앞장섰다.
비보가 전해지자 영화계 선후배들의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를 함께한 이준익 감독은 “고인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늘 따뜻하게 살피던 분”이라며 슬픔을 전했다. 배우 신현준과 이시언 등 후배들은 SNS를 통해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분”, “선생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오랜 인연인 가수 배철수 역시 환하게 웃던 고인의 생전 모습을 공유하며 애도했다.
고인의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의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소영 씨와 두 아들 다빈·필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이고 발인은 1월 9일 오전 9시에 경기 양평 별그리다로 모셔진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그가 아꼈던 후배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운구를 맡아 배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