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며 3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간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를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9명의 정책위원 전원 일치로 통과되었으며, 시장의 사전 전망과도 부합하는 결과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9월(연 0.5%)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올해 1월 0.5%로 인상하는 등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여왔으며, 약 11개월 만에 다시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은 멈추지 않는 엔화 약세(엔저)와 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다. 달러당 155엔 안팎을 오르내리는 엔저 상황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극에 달하자,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해 미·일 금리 차를 좁히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또한, 내년에도 임금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일본의 금리 인상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특히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자금이 대거 회수될 경우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발표 전부터 위축세를 보였으며, 비트코인은 9만 달러 선이 무너진 뒤 8만 5,00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인상 소식이 사전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는 분석 속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제한적인 영향을 보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향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금융 정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며 금융 완화를 지향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및 여권의 입장과 일본은행의 긴축 행보가 결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의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우에다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