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 발생 3년 3개월(1,196일) 만에 나온 대법원의 최종 사법 판단이다.

대법원(주심 신숙희 대법관)은 2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장 지휘관들의 형량도 일제히 확정됐다. 당시 수해 수색 현장을 총괄한 박상현 전 7여단장과 ‘허리까지 들어가라’는 지침을 전파한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2심에서 선고받은 금고 10개월에 대해 상고하지 않아 앞서 형이 확정됐으며, 장모 전 본부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물에 들어가지 말라 한마디만 했어도"…성과 압박·작위적 지시 유죄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구명조끼 등 필수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급류에 휩쓸려 숨지게 하고 다른 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육군으로 작전통제권이 이관된 뒤에도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해 상부 단편명령을 어긴 혐의도 포함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건 수색이 아니다", "직접 내려가 찔러봐야 한다"며 공격적인 수색을 독려하고 14박 15일의 포상휴가를 내세우는 등 성과를 압박한 점을 짚었다. 반면 "해병대 빨간 티셔츠를 갖춰 입으라"는 등 언론 노출에만 치중했을 뿐 필수 안전 조치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단장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한 언급만 했어도 수중수색은 감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 작전 사고에서 말단 지휘부에 책임을 전가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이번 사건은 상급 지휘관이 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가중하는 지시를 내린 '작위적 결과'로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질책했다.
2심에서 육군 제50사단장의 작전 철수 지침 위반 부분 등 일부 명령 위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으나 징역 3년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고, 대법원 역시 법리 오해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특검 거쳐 3년여 만의 마침표…유족은 "턱없이 부족" 원통함 토로
임 전 사단장은 당초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으나, 이른바 'VIP 격노' 및 수사 외압 의혹 속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제외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특검법 제정 요구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진통 끝에 지난해 3대 특검법 통과로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을 '1호 수사 대상'으로 구속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판결 선고 직후 특검팀은 "지휘 권한을 행사한 사람은 그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판결로 분명해졌다"며 채 상병의 명복과 유족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반면 유가족 측은 사법부의 처벌 수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채 상병 유족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피고인들이 짊어져야 할 중대한 책임에 비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형량은 국민과 유가족의 눈높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며 깊은 유감과 원통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