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오는 8월 17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당내 계파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도입을 의결한 '선호투표제'를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가 정면충돌하면서 전당대회 룰 세팅이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준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선호투표제 도입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준위 대변인인 이연희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준위 내에선 선호투표제를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친청계 측의 반발을 일축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1, 2, 3순위 후보를 명기해 투표한 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하위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2순위 표를 상위 후보들에게 합산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전준위는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사이의 공백기 동안 당내 분열과 혼탁 양상이 심화할 것을 우려해 이 제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계파 간 신경전은 거칠어지고 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친명계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이날 전남 순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멀쩡하던 룰이 갑자기 누구에게 불리하고 불공정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문제없는 룰에 시비 거는 것이야말로 전형적, 집단적 자기 정치"라고 친청계를 직격했다.
송영길 전 대표 캠프 측 역시 "유불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찬반 입장을 바꾸며 선호투표제를 흔드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반면 친청계는 선호투표제가 결선투표를 명시한 당의 근간(당헌·당규)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초 전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정청래 전 대표는 이튿날 "당헌·당규 위반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대방 헐뜯고 욕하지도 않겠다. 때리면 맞겠다"면서도 "가끔 정당방위는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호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2순위 표심이 친명계 후보로 쏠릴 것을 우려한 친청계가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준위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공은 당 최고위원회로 넘어갔다. 선호투표제가 당무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최고위의 의결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에는 문정복·박규환·박지원·이성윤 의원 등 친청계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해당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건이 부결될 경우 전준위는 당대표 선출 방식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당대표 후보 등록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뿐만 아니라 청년최고위원제 부활 문제 등을 놓고도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해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 내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