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격전지 패배 이후 당내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나온 첫 지도부 사퇴다. 사실상 연임 도전에 나선 정청래 당대표를 향한 비당권파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8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6·3 지방선거 결과를 마주하며 민주당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당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제22대 국회 원년 최고위원으로서 정권교체와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당의 선거 전략을 향해 매서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 당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라며 “무엇보다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이어 “중도층과 2030 청년세대의 이탈,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는 우리 당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측면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라며 “선거는 기대만으로 치를 수 없으며 국민은 늘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준비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비록 당의 직책은 내려놓지만,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비당권파(비명계)로 분류되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퇴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청래 대표 체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 호남·충청 등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큰 승리”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참패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등 핵심 승부처에서의 패배를 두고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당내 비판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송영길 의원은 전날 “이번 지방선거는 폭동이 일어날 수준의 깜깜이 공천이었다”며 정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친명 핵심부와 비당권파 간의 갈등이 공천 책임론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사퇴 배수진’을 치면서, 정청래 대표의 연임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내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지도부 총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비당권파의 집단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