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개헌안)의 본회의 상정을 포기하고 관련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6월 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려던 개헌 국민투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자 “더 이상의 의사 진행이 소용없다”며 “대한민국 헌법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로서 개헌 시행 투표를 위한 절차는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약 16분간 이어진 발언을 통해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개헌안은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으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한데, 여기에 필리버스터를 거는 것은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의사결정권을 가진 당이 토론으로 시간을 끄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번 개헌안이 '5·18 정신 수록'과 '비상계엄 국회 통제 강화' 등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막아서면서 어떻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우 의장은 발언 도중 분통을 터뜨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본회의에서도 개헌안은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인 191석)에 못 미치는 178명만 참석해 투표 불성립으로 끝난 바 있다. 106석의 국민의힘이 조직적으로 불참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졸속 개헌’이라며 맞서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의 유감 표명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여야 합의된 비쟁점 법안 50개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을 두고 “민생 인질극”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개헌안 무산으로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는 다시 뒤로 밀리게 됐다. 우 의장은 “이번 결과로 개헌은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는 안 된다”며 “22대 국회 후반기에는 반드시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개헌안은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전문 수록, 국가 균형발전 의무 명시, 그리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의 견제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