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북한 여자 축구 클럽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위해 이달 중순 한국을 방문한다. 북한 축구 선수단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며, 국가대표가 아닌 클럽팀의 방한은 역대 최초다.

(사진=AFC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축구협회(KFA)는 4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참가를 확정했다고 AFC를 통해 알려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 측은 지난 1일 선수 27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의 명단을 AFC에 제출했다. 이들은 오는 17일 입국해 20일 오후 7시, 지소연·김혜리 등 베테랑 국가대표가 포진한 한국의 강호 수원FC 위민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 경기 승자는 23일 수원에서 멜버른 시티(호주)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의 승자와 대망의 결승전을 갖는다.
이번에 방한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12년 창단된 기업형 축구단이다. 군이나 국가기관 중심인 기존 북한 축구단과 달리, 북한의 유명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다.
전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리유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이끄는 이 팀은 최근 북한 1부 리그를 제패하며 전통의 강자 4.25체육단을 넘어섰다. 특히 선수단 상당수가 최근 FIFA U-17 및 U-20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황금 세대'로 구성되어 있어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예상된다. 실제 이들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수원FC 위민을 상대로 3대0 승리를 거둔 바 있어, 수원의 설욕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북한 체육인의 방남 자체는 2018년(세계사격선수권 등) 이후 8년 만이다. 2019년 평양 월드컵 예선 당시 ‘무관중·무중계 유령 경기’를 강행하고, 최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며 냉랭한 기류를 유지해 온 북한이기에 이번 방남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여자 축구에서 보유한 압도적인 국제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파견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일 살만 AFC 회장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의 만남이 이번 방남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스포츠가 다시 한번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단순한 클럽 대항전을 넘어 아시아 여자 축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