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된 지 124일 만에 다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새벽,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 윤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다수 혐의가 적용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중 바로 수감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약 3.7평(약 12㎡) 규모의 독거실에 수용됐으며, 일반 피의자와 동일한 절차에 따라 수용 절차를 밟았다. 수의로 갈아입고 수용자번호가 부여됐으며, 머그샷도 촬영됐다. 수용실에는 TV, 거울, 접이식 책상, 싱크대, 변기 등이 설치돼 있지만,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만 제공된다. 식사도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제공된다.
대통령 경호처가 제공하던 경호도 구속과 동시에 중단됐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필요한 기간의 경호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신병이 교정 당국에 이관되며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이번 영장 발부의 배경에는 특검이 주장한 ‘증거인멸 정황’이 결정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회유하거나, 대통령 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한 의혹 등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관련 문건을 사후에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했으며,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진술 번복도 변호인단의 회유·압박 결과라고 주장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기존 진술을 뒤집었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바꿨다.
영장실질심사는 약 6시간 45분 동안 진행됐다. 특검팀은 검사 10명을 동원해 총 178쪽의 파워포인트 자료와 3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시하며, 윤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와 사법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도 7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치열하게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비상계엄은 야당의 입법 폭거에 대한 경고였을 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보안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이지, 삭제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직후 열리는 내란 및 직권남용 관련 재판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군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심의 방해 ▲허위 공보 작성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계엄 문서 허위 작성·폐기 등 총 5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하며, 그에 따른 증거 확보와 구속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왔다. 이미 관련 내란 피의자들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 역시 형평성을 고려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