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제49대 국무총리로 공식 임명된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를 찾는다. 이례적으로 현장 민심 청취를 첫 행보로 선택한 김 총리는 농업계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실용·실무형 총리’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전국농민회총연합(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 8개 농민단체는 윤석열 정부 시절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에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송 장관 유임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집회 중단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SNS를 통해 “대통령님의 국정 방향을 바닥에서 풀어내겠다”고 밝히며, 민생 현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김 총리는 이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일정을 이어간다. 공식 취임식은 다음 주 초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김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지 3시간여 만에 이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임명을 재가받았다. 이로써 그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이자 대한민국 제49대 국무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됐다.
김 총리는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한 달 동안에도 각 부처 업무보고와 간담회에 참석하며 이례적인 ‘준비 총리’ 행보를 보였다. 이에 여권에선 “일하는 총리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총리직 스타일을 ‘실용·실무’형으로 요약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무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예산, 수사, 통상 등 핵심 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법안과 공공기관운영위 이관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입법과 제도화가 이루어질 경우, 김 총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이낙연 총리 이상의 실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김 총리 측은 이러한 관측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총리는 스스로를 “대통령의 참모장”이라 칭하며,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기보다 ‘1등 참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측근 역시 “총리실의 권한은 결국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 총리의 정치적 운신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에 밀접히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낙선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김 총리를 다시 정치 전면에 세운 것이 이 대통령인 만큼,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 역시 대통령의 구상에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김 총리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총리직이 제 정치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로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혀 향후 거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오는 6일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대 협의회가 김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회의에선 추경 예산 집행, 물가 및 혹서기 대책, 부동산 시장 점검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