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승객 약 4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한강 아래를 지나는 하저터널을 통해 여의나루역 방향으로, 다른 일부는 마포역 방향으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43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5호선 열차 4번째 칸에서 발생했다. 최초 목격자들은 "옷가지와 쓰레기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증언했으며, 해당 열차는 마포역 도착 약 300m 전 지점에서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열차에는 약 400여 명의 승객이 탑승 중이었다. 기관사는 즉시 열차를 정차시키고 승객들과 함께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며, 승객들은 선로를 따라 대피했다. 일부 승객은 비상 탈출 레버를 작동시켜 직접 문을 열고 탈출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74대와 인력 263명을 투입해 오전 10시 24분쯤 완전 진화했다. 이 사고로 인해 21명이 연기 흡입이나 찰과상 등의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130여 명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피의자로 지목된 60대 남성 A씨는 여의나루역에서 도주하다 오전 9시 45분쯤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기름통을 들고 열차에 탑승한 뒤, 라이터형 토치를 이용해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경찰은 범행 동기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로 인해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애오개역 하행선 구간은 약 1시간 30분가량 운행이 중단됐으며, 이후 전 구간 운행이 재개됐다. 마포역은 사고 수습을 위해 한때 무정차 통과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승객은 “검은 연기가 객실로 밀려 들어와 질식할 뻔했다”며 “문을 열고 철로로 뛰어내려 마포역까지 달렸다”고 전했다. 현장 사진에는 불로 그을린 벽면, 녹아내린 광고판, 승객들의 대피 흔적 등이 생생히 담겼다.
소방당국은 “최근 지하철 객차는 대부분 불연재로 제작돼 큰 연소는 막을 수 있었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점검과 대응 매뉴얼 점검을 예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