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서울고등검찰청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부장 차순길)는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가 확보한 김 여사의 아이폰 단말기에 대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이는 기존 영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에,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영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법 수집 증거 논란을 피하려는 조치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한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20년 4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고발 이후 4년 반 가까이 수사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계좌 일부가 동원된 것은 사실이나, 시세 조종을 인지하거나 가담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한 항고가 제기되면서 서울고검은 지난 4월 25일 재수사를 결정, 검사 3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사건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고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김 여사의 휴대전화에서 주가조작 가담 정황이나 관련 지시·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분석 중이다.
다만, 확보된 단말기가 윤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새로 교체한 아이폰16 기종으로, 10여 년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와 직접 관련된 정보가 존재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남부지검이 이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못한 상태여서 분석 자체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한편, 과거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핵심 연루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권오수 전 회장 등 관련 인물들을 추가 조사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비판을 받았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와 오랜 친분과 사업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김 여사의 인지 여부를 밝혀줄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으로 강제조사가 어려웠다는 이유로, 검찰은 소환을 강행하지 않았다.
특히 주가조작에 핵심적으로 가담한 김모 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도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고 진술하거나, 도피 중 김 여사 계좌 관리자에게 “우리만 처벌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언급한 편지를 남긴 사실 등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여사가 단순한 계좌 명의인이 아니라 실질적 공모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의 진술 확보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전 회장은 그동안 관련 진술을 사실상 거부해왔으나, 재수사 국면에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2000원대에서 8000원대까지 끌어올려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대규모 시세조종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달 초 주가조작에 가담한 피고인 9명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통정매매 등에 직접 관여했거나 최소한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김 여사의 문자, 메신저 대화, PC 기록 등 디지털 자료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