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던 중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사회는 전직 지상파 PD 이영돈 감독과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제작한 해당 영화의 공개 일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한국사 강사 출신 전 씨 및 무소속 대선후보 황교안 씨와 함께 참석했다. 관람을 마친 후 윤 전 대통령은 “좋았어요”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관람 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영화가 재미없었던 것 아니냐”, “도대체 뭐하러 간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서도 졸았던 전례가 있어, 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 논란’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해당 영화는 사전투표 조작, 중국 개입설 등 이미 법원과 선관위가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음모론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계엄령을 옹호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영화 중간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장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등장하자 욕설이 쏟아지는 등 과열된 분위기도 연출됐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을 미리 알고 모인 약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상영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영화관 앞에서 붉은 풍선과 배지를 들고 환호했다. 영화가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의 환대에 응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기행이 김문수 후보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음모론에 빠지면 계산이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좋은 사례”라고 직격했다. 조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은 자폭”이라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중도 확장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후보는 해당 영화 관람과 관련해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가 해명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이는 오히려 음모론자들과의 선을 긋지 못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번 공개 행보가 6·3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자중’보다는 ‘선동’에 가까운 그의 행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