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압박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제 불안 요인이 부각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강경 노선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현재 약 7,700억~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재출마 행보 속에서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이 국채 보유 축소 또는 매도를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거나 매도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스닥 등 기술주 중심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금융 불안정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내 물가와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금융 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트럼프의 ‘경제 우선’ 메시지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 A씨는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글로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이 국채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시작하면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채를 실제로 대규모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역시 보유 자산 손실과 외환시장 불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던지는 '심리적 경고'의 효과만으로도 트럼프의 경제·무역 정책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중국은 관세 외에도 희귀광물 수출 제한, 기술 협력 중단 등 다양한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금융, 자원, 기술 영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