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수괴’ 혐의로 기소된 첫 정식 형사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민간인이 된 그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 직접 42분 동안 모두 진술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재판에서 “계엄은 단기간의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용 조치였을 뿐”이라며, “군사정부 시절과 같은 쿠데타 성격의 계엄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실탄 지급을 금지했고, 국회의 해제 요구를 곧바로 수용했다는 점을 내세워 '내란' 혐의의 법적 성립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했다.

■ 檢 "헌법기관 무력화 목적"… 국헌문란 기도 지적
반면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무력화하기 위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는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내란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찬규 부장검사는 “피고인은 계엄 선포를 통해 정당제도와 헌법기관 권능을 마비시키려 했고, 이는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 수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비상계엄 직후 ▲국회 봉쇄 시도 ▲주요 정치인 체포 계획 ▲선관위 서버 반출 계획 등이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닌 ‘국헌문란’의 실질적 실행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윤석열, 헌재 판단과도 상반된 주장 반복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길어야 반나절 또는 하루”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자료에서 “계엄 해제에는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던 것과 상충된다. 헌재 역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상당 기간 지속할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병력 투입으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계엄이 지속되도록 기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이 단시간에 끝난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 설명했다.
■ 전 정부 탓, 주변 인사 인사 논란도 해명
윤 전 대통령은 삼청동 안가 회동 등 내란 모의 의혹에 대해선 “방첩사 보강 논의였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계엄과 무관하다.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기 훈련의 일환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햄버거 가게에서 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군 정보 역량이 약화돼 방첩사 보강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 비공개 출석, 국민참여재판은 ‘거부’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동 청사 지하주차장을 통해 경호 차량으로 입정했다. 경호처 요청에 따라 재판부가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것이다. 그는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장 차림에 법정에 선 윤 전 대통령은 진술 중 검찰의 PPT 발표 내용에 수차례 고개를 젓거나 ‘케이블 타이’,‘끄집어내라’ 등 이 언급되자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공판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은 '헌법 수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며, 검찰이 '정치적 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헌재 판단과는 배치되는 주장, 그리고 계엄의 실제 실행 계획이 점차 드러남에 따라 향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향후 재판은 4월 21일, 28일, 5월 8일에 예정되어 있으며, 중요 사건인 만큼 2주에 3회 정도의 빈도로 진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