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미국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기술주 폭락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지수가 개장 직후 8% 넘게 급락하며 5000선이 무너졌고, 시장 안정화 장치인 서킷브레이커(CB)와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4%(120.54포인트) 내린 5263.26으로 출발했으나, 장 초반 낙폭을 가파르게 키우며 장중 한때 4900선 초반까지 밀려났다. 코스피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월 이후 약 9개월 만으로, 올해 상반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수치다.
급격한 지수 급락에 오전 9시 3분경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전 종목의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가 해제된 이후에도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자 코스피200 선물 급락에 따른 매도 사이드카가 추가로 가동됐다. 코스닥 시장 역시 장중 6%대 급락세를 보이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 전날에 이어 양대 시장 모두 거래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혼란이 이어졌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간밤 뉴욕 증시의 AI 및 반도체주 투매 현상에서 비롯됐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와 실적 둔화 전망이 겹치면서 나스닥종합지수가 5.52%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 폭락했다. 엔비디아(-9.26%), 브로드컴(-10.43%), AMD(-17.3%)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폭락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충격은 국내 대형 반도체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10% 안팎으로 급락하며 ‘20만전자’가 무너졌고 장중 18만원선 안팎까지 후퇴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2% 이상 폭락하며 110만원선을 위협받았다. 두 종목 모두 개장 직후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정적 VI)가 걸릴 정도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과 좌절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호황이 완전히 끝났다", "손절 타이밍을 놓쳐 손을 쓸 수가 없다"는 등 하소연이 쏟아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증시 내 AI 성장 내러티브가 크게 후퇴하면서 주도주들이 연속 조정을 맞아 투자심리가 급랭했다"며 "당분간 반도체 업종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불확실성 영향이 덜한 섹터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