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250여 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60대 전직 교장이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피해 증거를 수집해야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피고인을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JTBC사건반장 갈무리)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초등학교 교장 A 씨(62)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A 씨는 2022년 9월 강원도 원주의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이듬해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13세 미만 제자 10명을 상대로 약 250회에 걸쳐 성추행 및 성희롱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 씨는 교장실, 복도, 운동장 등 교내 곳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학생을 자신의 무릎에 앉혀 끌어안거나, 교장실에 들어올 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도록 강요하며 신체 민감한 부위를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학생들에게 손깍지를 끼게 하거나 “예쁘다”며 신체를 더듬는 등 상습적인 추행을 일삼았다.
이 사건은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대처로 세상에 알려졌다. A 씨의 범행이 계속되자 학생들은 친구들이 피해를 입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며 증거를 모았다. 이후 한 피해 학생이 다른 친구들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모에게 털어놓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임에도 본분을 망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점을 들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A 씨는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처분도 받았다.
그러나 A 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약 250회의 공소사실 중 200회가량은 일시와 장소가 불명확해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을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은 다시 판단하겠으나, 이 사건은 매우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증거를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해 직접 촬영까지 했겠느냐”며 “학교에 신뢰를 가지고 있던 학부모와 국민들도 큰 배신감을 느낄 사건”이라고 A 씨를 꾸짖었다.
1심 재판부 역시 앞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며, 특정된 일시의 행위에 대해 이중 기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합의할 시간을 부여하고, 검찰이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대해 검토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