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일대 고층 개발 계획에 대해 “세계유산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안”이라며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종묘가 수난을 겪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바로 앞에 초고층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개발과 보존의 대립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적 개발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하여 종로변 건축물 최고 높이를 기존 약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상향했다. 이와 관련해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위가 위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총리는 “서울시의 계획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K-관광 전략에도 역행하는 국익 차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한강버스 사업처럼 시민 부담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서울시는 이번 사안을 더욱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총리는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과 관련한 최근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는 문화유산 보호의 본질적 쟁점을 다룬 판결이 아니며, 세계문화유산 인접 지역의 고층 건축 문제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종묘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서울시의 개발 계획을 두고 “권한을 가졌다고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 날 “우려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박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 개발은 종묘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남산-종묘-종로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복원하여 오히려 문화재 접근성을 높이고 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실의 제례시설로, 주변 경관 및 시선 축(視線軸) 보전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유산이다.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문화재 보호 원칙과 도심 재생 정책 간 조정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