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 뒤 술자리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하며 “잡아오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이를 “친구끼리 하는 농담일 수 있다”고 옹호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갈무리)
“총으로 쏴 죽이겠다” 발언, ‘친구끼리 농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술자리에서 “한동훈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이준우 미디어대변인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그런 말이 있었다면 친구들끼리도 ‘너 진짜 죽는다’는 말을 왕왕 한다”며 “농담으로 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나아가 “공판장에서 즉흥적으로 던진 말이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곽 전 사령관의 증언 자체를 “궁지에 몰린 사람의 감정 섞인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권력자의 폭언을 농담이라 합리화”…도 넘은 ‘윤호위 발언’
정치권과 여론에서는 “도저히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식의 폭언을 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는데, 여당 대변인이 이를 ‘친구끼리 농담’ 수준으로 축소하는 건 권력자 비호이자 민주주의 감각의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상계엄 모의라는 중대 사안의 증언을 단순 ‘술자리 농담’으로 치부하는 건 공당의 최소한의 윤리 기준조차 무너진 것”이라며 “이런 태도가 결국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회피 문화를 강화시켜왔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참담하고 비통”…정작 당은 침묵하거나 ‘옹호’
정작 발언의 당사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참담하고 비통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SNS를 통해 “그 시기 저는 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 윤 대통령에게 의료사태 해결과 비선 관리 단속을 요청하던 때였다”며 “이런 이야기가 법정에서 오간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대변인을 통해 “농담일 수 있다”는 해명성 발언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권력 내부의 폭언조차 정치적 불문율로 덮으려는 집단적 방어”라며 “정치 도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농담으로 덮을 수 없는 정치의 폭력성”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발언의 진위’에 그치지 않는다.
한 정치학 교수는 “권력자가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이를 ‘친구끼리 농담’으로 포장하는 순간 정치의 폭력성이 희화화된다”며 “공적 언어와 사적 농담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은 민주사회에 매우 위험한 시그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대변인의 발언은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방어를 넘어, 정치 권력의 폭력을 ‘일상적 농담’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농담”이라는 단어로 가려지지 않는 책임
정치적 유머와 폭언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표현이 “친구끼리 하는 농담”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권력을 가진 자의 말은 언제나 공적 언어로 해석된다. 그것이 술자리였든, 사적 자리였든,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의 해프닝”이 아니라, 권력을 감싸는 정당의 도덕 감수성이 얼마나 마비되어 있는가를 드러내는 사건이다.